남성 목소리의 아가씨   세상이 많이 발전하고, 변화가 너무나 빠른 탓인지, 그리고 인터넷이나 유무선 통신의 발달로 너무나 많은 정보와 멀리 떨어져 있는 세상의 소식까지 쉽게 접할 수 있어서 그런지 사람의 관심을 집중시킬 만한 것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왠만한 것은 다 본 것 같고, 다 아는 것 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공중파 방송이나 매체에서도 너무나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내용으로 사람의 심성을 자극하려고 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막장 드라마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더 막장으로 치 닷는 드라마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최근 방송에서 남성 목소리를 가진 젊은 여성이 5연승을 하면서 1000만원의 상금을 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첫 방송을 보지는 못했지만, 간간히 중간 중간의 방송을 보았던 것 같다. 다섯번째 방송에서 우연히 거액의 상금을 받는 것을 보면서 남성 목소리를 가진 젊은 여성에게 왜 그런 상금?을 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치료를 하라고 준 것인지, 사람들에게 희귀한 목소리를 선사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지... 그 에 앞서서 어린아이 목소리를 내는 성인 남성이 같이 나오면서 남성 목소리의 아가씨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한다. 그 안에서 또 다른 재미?를 사람들에게 선사하면서 5승이라는 대업을 이룬 것인가 보다. 하지만 목소리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왜 세상이 이렇게 잔인한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남성의 목소리를 가진 여성은 남성형 성대나 발성질환을 가진 음성 환자인 것이고, 어린아이 목소리를 가진 남성 역시 발성질환이나 성대질환을 가진 음성환자인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아픈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사연을 들으면서 도움을 주고자 하고, 그때 우리는 웃지 않고 눈물을 짓거나 가슴 아파하고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남다른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웃음과 놀라움을 느끼면서 또 그들에게서 재미를 느끼고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환자에 대한 우리의 마음이 이렇게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직도 남다른 목소리가 병이란 인식을 하지 못해서 인 것 같다. 남다른 목소리도 병으로 인해 나타난 증상임을 안다면, 우리는 그 증상을 낫게 해 주려고 노력하고 도와 주어야 할 것 이다. 앞으로는 잘 모르는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방송에서 남의 이야기 거리가 되는 것은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다른 사람의 아픈 곳을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프라나이비인후과 음성센타 언어임상연구소 원  장   안 철 민